Original Story
전체 이야기
채권자와 채무자는 오래 거래를 해온 사이였습니다.
따라서 서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별 다른 조사나 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채무자는 사업이 어려워져서 변제하기 힘들다는 것이었고, 채권자는 자기도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선적을 해줬으니 그 대금은 반드시 받아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채무자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었고 연락이 되는 상태였습니다.
현지 파트너가 채무자와 접촉을 시도했고 연락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채무자의 입장은 똑같았습니다.
형편이 어려워서 당장 변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채무자를 현지에서 지켜보고 조사해본 현지 파트너도 채무자가 한 번에 변제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귀띔해 줬습니다.
채권자는 당장 다 내놔라, 채무자는 돈이 없다.
언제나 듣는 말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채무자의 태도가 배 째라는 모습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습니다.
채권자에게는 채무자의 형편이 좋지 못하다는 자료를 제공하고, 채무자에게는 채권자가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고 한다며 압박했습니다.
그렇지만 양측이 서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개월의 시간이 지났는데, 그래도 잘못이 있는 채무자가 먼저 제안을 했습니다.
변제를 하겠지만 형편이 어려우니 USD 70,000로 깎아 달라.
어쨌든 제안이 왔으니 채권자를 설득했습니다.
−우리가 봐도 채무자의 현 상황으로 이 돈을 다 갚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니 약간 감액해주고 빨리 회수하도록 하자.
그렇지만 채권자는 펄쩍 뛰었습니다.
7만 불은 말도 되지 않는다. 내가 너무 손해를 본다.
실제로 일본에서 법적조치를 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감액해주고 정리하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나는 한 푼도 깎아줄 생각이 없다. 전액 다 받아야겠다.
대화가 허공을 맴돌았습니다.
답답했습니다.
그렇다고 한 번 대화가 트였는데 물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게 되는 것이 채권추심이기 때문입니다.
채무자에게 분할변제를 제안했습니다.
11만 불을 한꺼번에 갚을 수 없다면 분할변제를 받아주겠다. 한 달에 얼마나 변제할 수 있냐?
한 달에 1,000불씩 변제할 수 있다. 그 이상은 전혀 여유가 없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총액이 11만 불인데 한 달에 천불씩 변제해서 언제 다 갚겠다는 거냐? 그게 갚겠다는 말이냐 안 갚겠다는 말이냐?
안다. 그렇지만 돈이 없는 걸 어떡하냐?
채권자에게 그 말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더 설득할 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채권자는 한 달에 천불씩 분할 변제하겠다는 안을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단 한 푼도 깎아줄 수 없다는 조건이었습니다.
한 달에 천불이면 10년이 걸리고, 그때까지 채무자가 영업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또 분할변제라는 것이 언제 끊일지 모른다. 몇 번 변제하고 회사 문 닫고 도망가거나 모르는 척 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금융비용을 생각하면 일부 감액해주고 한꺼번에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일 수도 있다.
아마 어쩌면 저도 퇴사하고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채권자도, 채무자도 지독했습니다.
여전히 서로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에 1,000불씩 변제 받기로 했습니다.
분할변제라는 것은 항상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쌓여있습니다.
더구나 10년 분할이라니요.
2~3만 불 받으면 잘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채무자와의 접촉을 놓치지 않고 매달 변제를 받았습니다.
의외로 채무자는 거의 매달 변제했습니다.
도중에 가끔 힘들다고 거르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형편이 풀리면 2,000불씩 변제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채권자도 채무자도 지치지 않고 잠적하지 않고 꾸준히 변제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파트너는 주소지를 확인하고 잔액확인서를 보내서 잔액을 맞추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은 잔액에 대해 일시변제에 대해 몇 번 시도를 했지만 매번 결렬됐고 분할변제는 그대로 지속됐습니다.
그렇게 변제를 받으며 정산을 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채무자로부터 5,000불이 입금되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한 번에 이렇게 많은 금액을 입금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확인해봤더니 채권 잔액이 5,000불이었습니다.
10년이 다 지난 것입니다.
말이 10년이지 일상적인 분할변제의 경우 1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동안 채권자도, 채무자도, 심지어 저까지도 모두 제 자리에 있었습니다.
단 한 푼도 깎아주지 않고 10년 동안 꾸준히 받아 그 지독하고 잔인한 채권금액 모두를 받아냈습니다.
그렇게 채권회수가 종결됐습니다.
제 임무는 완수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