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Story
전체 이야기
코로나 시절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채무자가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으로부터 손소독제를 수입했습니다.
그 당시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얼마나 귀했는지는 설명 드리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마스크 사려고 요일별로 줄섰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에서도 손소독제를 구하기는 힘 들었는지 한국의 거래처에 주문이 왔고 한국의 채권자는 손소독제를 선적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수입업체가 물품대금의 반만 주고 반은 주지 않은 겁니다.
수입해서 쏠쏠한 마진을 붙여 팔던 그 귀한 손소독제가 본격적으로 각국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입니다.
수입업자는 91세의 노인이었는데 딸이 같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돈을 달라고 하면 꼭 노인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손소독제의 가격폭락으로 파산해야할 형편이라고 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당사에 의뢰하게 됐습니다.
현지 파트너는 우선 사기꾼 여부를 살펴봤습니다.
그 당시 국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 손소독제 사기사건이 엄청나게 많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마스크 생산기계부터, 완제품, 설비, 판매, 구입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채무자는 완전한 사기꾼은 아니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채권자와 거래를 한 적이 있었고 일본의 사업체는 오랜 업력을 가진 업체였습니다.
폐업을 하겠다는 말도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대표자가 워낙 고령이어서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업체가 폐업하거나 대표자가 질병으로 입원만 해도 추심활동이 멈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현지 파트너는 채무자를 압박하기 보다는 최대한 설득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거래하는 곳도 아니고 한국의 대표는 아들뻘인데 어려운 코로나시기 그 당시로서는 구하기도 힘든 손소독제를 구해서 보내줬는데 이렇게 큰 손해를 입혀서야 되겠냐?
당신이 사망하면 그 채무는 딸에게 상속된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상속법은 잘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접촉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채권자에게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설명했습니다.
지금 채무자가 사망하거나 폐업하면 더 이상 돈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니 시간이 급하다.
채무자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받아들이고 신속히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고 채권자도 기본적인 방향은 받아들인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채무자는 끈질겼습니다.
계속 버티면서 돈이 없다,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되질 않는다는 등의 변명을 하며 변제를 미루고 시간만 끌었습니다.
그렇다고 현지 파트너가 끈질기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접촉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습니다.
마침내 채무자로부터 반응이 나왔습니다.
사정이 매우 어려우니 30%를 감액해주면 변제하겠다.
채권자에게 그 말을 전하자마자 채권자는 펄쩍 뛰었습니다.
말도 안 된다. 그 당시 손소독제가 얼마나 귀했는지 아냐? 그 귀한 것을 간신히 구해서 보내줬는데 그 대금을 또 깎겠다니 안 받으면 안 받았지 깎아줄 수는 없다.
채권자의 태도는 강경했습니다.
현지와 다시 대화했습니다.
채권자의 반응으로 봐서 절대 30% 감액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채권자와 채무자를 모두 설득해야 하니 20% 감액을 말해봐라.
또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어느덧 채권을 수임받은 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회수가 불투명해지기 시작합니다.
그 때 현지 파트너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채무자와 20%의 감액으로 협의됐다.
저도 바로 채권자에게 말했습니다.
어렵게 협상해서 20% 감액으로 협의 봤다. 이렇게 합의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채권자도 동의했습니다.
그렇게 합의하여 합의서를 교환하려는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채무자가 엔화로 변제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 당시 USD대비 엔화가 5% 정도 하락하여 환차손을 견딜 수가 없으니 그것도 감안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채권자는 또 화가 났습니다.
기껏 감액해주고 합의했더니 또 깎아달라는 말 아니냐.
이런 치사한 놈에게 더 깎아줄 수 없다.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래도 합의를 해야 합니다.
고령의 채무자에게서 돈을 받으려면 많은 것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엔화로 받기로 하고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 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변제 기일을 어기지 않고 변제한 것입니다.
어려운 고비가 꽤 많았지만 채권자와 채무자를 모두 힘들게 설득하여 해결한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