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EPISODE 02배당 회수

CHAPTER 7 파산 통지

파산이라는 말 앞에서 다시 확인한 것

법원에서 도착한 문서에는 미국 채무자의 Chapter 7 파산 신청 사실이 적혀 있었습니다.

채권 유형
수출대금
채권 금액
USD 2,020,000
채권자
수출하는 중소기업
채무자
미국의 기업체
회수 단서
파산 유형과 자산 확인

Original Story

전체 이야기

채무자가 파산한다고 합니다. 법원으로부터 문서가 왔습니다.

CHAPTER7 입니까, CHAPTER11 입니까?

그것은 모릅니다.

서류를 잘 살펴보시면 기재되어 있을 겁니다.

그런가요? 잠깐만요. 아, CHAPTER7입니다.

그러면 더 어렵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한국 법으로 치면 파산과 같은 경우입니다. 회사가 망한 겁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겁니까?

네,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그래도 워낙 금액이 크니까 상담이라도 받고 싶습니다. 시간되시면 방문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그쪽으로 가는 길에 연락드리고 방문 드리겠습니다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치를 보니 벤처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는 오피스텔 중 하나였습니다.
소규모 수출기업들이 중국의 영향으로 힘들어하는 시기였습니다.
방문한 곳도 제법 업력도 있는 회사였으나 중국산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쇠락해 가는 중이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수입처에서 큰 금액의 부실이 발생하여 회사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조그마한 사무실에 임원 두 분이 있었습니다.

숨길 것도 없습니다. 우리 회사는 다 끝났습니다. 이 정도의 금액을 버텨낼 힘은 없습니다. 가뜩이나 중국산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형편이었는데 이렇게 큰 부도를 맞으면 회복할 수 없습니다. 저희들도 회수하기 힘들다는 것 압니다. 그렇지만 워낙 큰 금액이니까 어떻게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을까 하여 여쭤보는 겁니다.

우선 법원에서 온 서류를 보여주시죠.

이겁니다.

CHAPTER7이었습니다.
파산이라는 겁니다.
서류를 살펴본 후 저도 있는 그대로 답변했습니다.

법인이 파산했습니다. 이 서류는 파산관재인으로부터 온 서류입니다.

파산이 맞군요.

네, 맞습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파산관재인은 채권, 채무를 정리하여 남은 자산을 현금화하여 임금, 세금 등을 먼저 지급하고 그래도 남는 돈이 있으면 채권자에게 안분합니다.

임금과 세금은 먼저 지급됩니까?

네,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지급됩니다. 그러다보니 임금, 세금을 제하면 남는 돈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파산한 채무자로부터 배당을 받는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입니다.

이번 사건은 어떻습니까?

항상 임금과 세금이 문제입니다. 그걸 알 수 없으니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임금과 세금은 여기 표기되지 않습니까?

네, 파산관제인의 이 명령서에 따라 각각 신고할 겁니다.

그걸 봐야 답이 나오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배당받을 금액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파산하는 회사는 모든 자금을 다 쥐어짜서 이리 막고 저리 막다가 마지막에 두 손 드는 겁니다. 그러니 남은 재산이 거의 없습니다. 큰 설비나 부동산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도 거의 대부분 대출하는데 근저당으로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파산한 회사에서 배당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우리의 채권이 워낙 고액이므로 채권신고는 해볼 필요가 있기는 합니다. 임금, 세금 제하고 돈이 남으면 우리가 배당받을 금액이 가장 많거든요.

안분이라는 것이 뭡니까?

안분은 채권자의 채권 금액에 대비해서 남은 자산을 비율 배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채권액이 가장 많으니 돈이 남기만 하면 우리가 가장 많은 금액을 배당받게 됩니다.

그것도 돈이 있을 때의 문제겠죠?

그렇습니다. 돈이 없으면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아무 의미 없는 질문입니다. 이건 확률로 계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배당을 받지 못합니다. 세금과 임금도 다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렇겠군요.

국내 파산한 법인들을 생각해보십시오. 자산에서 임금과 세금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이 있습니까? 채권자에게 돌아갈 몫은 전혀 없게 되죠. 그나마 해외법인은 조금 배당받은 적이 있긴 합니다. 그것도 5% 남짓입니다.

하긴 파산한 법인에서 돈을 받는다는 것이.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서로 파산관재인이 보낸 서류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뭘 하나 발견하고 말했습니다.

이게 진짜인지 모르겠네요.

뭐 말씀입니까?

여기 보면 채무자가 약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이 부분이 그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채무자가 완전히 빈털터리가 돼서 파산한 것이 아니라 약간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파산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경우가 있습니까?

국내에서는 자산이 남아있더라도 세금, 임금, 퇴직금 때문에 항상 모자랍니다. 그렇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퇴직금이 없으니 그런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특히 현금화하기 힘든 자산이나 채권 등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신고를 해서 조금이나마 배당받은 적이 있습니다. 확률은 로또 맞을 확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도 채권신고를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변호사 비용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겠군요.

법인이 파산하면 건질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것은 세계 어디나 똑같습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채권신고를 하더라도 변호사를 고용해야 하고, 그러려면 선급금이 있어야 합니다. 변호사들은 성공보수만 받고 계약하지는 않습니다. 선급금 얼마에 성공보수 얼마 해서 포괄계약합니다.

저희는 변호사 계약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서류 한 장만 작성해도 돈을 받는데 이것은 거의 무료로 일을 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갈등이 많았습니다.
맡고 싶은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파산한 법인을 상대로 추심을 진행한다.
많이 해봤지만 항상 배당은 받지 못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배당을 받는다고 해도 몇 푼이나 되겠는가?
더구나 파산관재인으로부터 보내달라는 서류는 많을 것이고 여러 가지 귀찮게 하는 일은 많고 시간은 한 없이 걸리니 일당도 나오지 않는 일이다.
변호사 계약금을 못주니 성공보수만으로 계약해야 하니 실리적으로 돈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돈을 받아도 언제 받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사건 하나 하는 시간이면 다른 사건 몇 건을 처리할 것이다.
그렇지만 저렇게 큰 금액을 물리고 파탄이 난 집안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이 일로 큰돈은 벌지 못했어도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할 때 도움이 돼야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 아닌가?
계약을 해야 한다는 나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가 심하게 다퉜습니다.

결국 끈질기게 알아본 끝에 약간의 선급금만 받고 처리해주겠다는 변호사를 찾을 수 있었고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렇게 채권신고를 했습니다.

가끔씩 현지에서 오는 소식을 전하곤 했지만, 사건의 진행은 보고할 것이 없었습니다.
파산절차에 들어간 사건이 한두 달에 무슨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채권자도 가끔 문의하다가 언제부턴가 문의가 그쳤습니다.
저도 보고가 중단됐으며 이 사건은 그렇게 잊혀졌습니다.

3년인가 4년인가 지나서였습니다.
갑자기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 남은 자산이 있어 우리에게 배당이 됐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사건인지 알아듣지 못하다가 한참 후에야 알게 됐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남은 돈이 있었구나.
더구나 우리 채권금액이 워낙 커서 상당한 액수의 배당이 나왔습니다.
정말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현지 파트너는 당사에 송금하고 송금증을 송부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오랜만에 채권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부담할 수 없는 큰 미국의 부실채권으로 인해 회사는 폐업했고 사무실은 문을 닫았으며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모든 연락처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큰일입니다.
당사는 채무자로부터 돈을 회수하면 얼마 이내에 채권자에게 반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 기한을 넘기면 안 됩니다.
감사에서도 자주 지적되는 사항입니다.
채권자 회사나 직원과 조금이라도 선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연락을 취했습니다.
하루 종일 전화를 돌렸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튿날도 아침부터 전화를 돌렸습니다.
전화를 할 만한 곳은 다 했고 더 이상 할 곳도 없을 때쯤 가느다란 연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채권자 회사 임원 중 한 사람이 근무했다는 회사를 알게 됐습니다.
신이 나서 당장 연락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퇴사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또 절망하나 싶었는데,

혹시 그 분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신용정보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고 그 분에게 돈을 드려야합니다. 돈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연락이 되지 않아 돈을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의도가 없으니 연락처를 아시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면 그 분에게 제 연락처를 알려 주십시오. 미국에서 입금된 돈이 있는데 이 돈을 꼭 반제해드려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아실 겁니다.

저희도 연락처를 알지 못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게다가 그 분이 지금 한국에 계시지 않습니다.

외국 여행 중이신가요?

외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어떻게 연락이 되지는 않습니까?

저희도 장담은 하지 못하겠는데, 그 분이 전에 쓰던 이메일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로 연락해보겠습니다. 이 이메일이 살아있다면 다행인데 아니면 저희도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연락처를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 그 이메일이라도 연락을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예전에 쓰던 이메일 하나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국에 있지도 않고 외국에서 근무하는 사람입니다.
답답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기다렸습니다.

다음날도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침 전화가 왔습니다.

저 ○○○입니다.

네?

저 미국 사건 채권추심 의뢰했던 ××기업의 ○○○이사입니다.

아, 이사님. 오랜만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금액이 입금돼서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더군요. 어렵게 전에 근무하셨던 곳에 연락을 부탁드렸습니다. 언제 귀국하실 수 있습니까?

저 지금 김포공항입니다.

네? 그럼 지금 귀국하셨습니까?

네, 아침 비행기로 김포에 막 도착했습니다.

역시 돈보다 사람을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다른 일도 볼 겸해서 겸사겸사 귀국했다고 했지만 전혀 겸사겸사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새벽비행기로 김포공항에 온 분께 무사히 돈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같이 근무했던 직원 몇몇이 또 나눈다고 했습니다.
회사는 이미 망했고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래도 저는 적은 돈이나마 회수해줬습니다.
무척 긴 여정이었지만 끝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 적은 돈이나마 그 분들이 재기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까요?

손을 댔던 많은 사건 중에서도 가장 잊히지 않고 보람도 큰 사건입니다.

비슷한 상황이 떠올랐다면,
그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세요.

자료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국가와 거래 경위부터 차근차근 검토합니다.

해외채권 상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