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Story
전체 이야기
해외채권을 많이 의뢰했던 거래처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인도의 어느 채무자가 갑자기 도주했고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회수할 수 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무슨 질문이 그렇습니까? 갑자기 야반도주한 사람한테서 돈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시면 어떻게 답변하는 게 정답입니까?”
“영업부에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 합니다. 갑자기 사업체를 팔고 도망가서 잠적했다고 하니 당황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일단 들어와 보십시오.”
인도에서 개인 사업을 하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변제해야할 채무를 숨기고 타인에게 사업체를 매각하고 도주한 사건이었습니다.
채무자가 어디로 갔는지,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지 모든 것을 알 수 없었습니다.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남기지 않고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었겠죠.
그 넓은 인도 땅에서, 그 많은 인도 인구 중에서 그 사람 한 명을 찾는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로 보였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는지 조금의 단서도 없었으니까요.
가능성이 있을까요?
거의 힘들다고 봐야죠.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사라진 사람을 찾아 돈을 받아야 하니까요. 한국이라면 주민등록을 확인하여 주소지를 찾고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볼 수 있지만 인도는 우리와 다릅니다. 인도보다 작은 나라에서도 이런 경우는 회수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영업부에는 틀렸다고 말해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우선 인도에 문의해보겠습니다.
채무자가 도주하고 소재가 불분명하므로 채권추심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어 오래 거래해왔던 인도 파트너에게 채권추심 가능여부를 사전 문의했습니다.
당연히 무슨 뜬 구름 잡는 소리냐?
뭐라도 단서가 있어야 받을 수 있지 않겠냐?
어디로 갔는지 정보라도 알아내 달라.
이런 답변들이 돌아올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렇지만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해볼 수 있을 것 같으니 보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경우, 채무자의 연락처와 주소지 등이 확실한 경우에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경우에도 회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아무런 단서도 없는 사건인데 해볼만 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추적하는 비용은 자신들이 부담하면서 말입니다.
인도에서 파트너가 해보겠답니다.
어떻게요?
모릅니다.
추적이 가능하답니까?
네,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어떻게요?
모릅니다.
가능할까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어지간하면 이건 안 돼. 하면서 보내지 말라고 하는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사건을 보내라고 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알겠습니다. 보냅시다.
이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은 모호한 상태에서 사건은 인도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첫 거래를 하는 곳이었다면 의뢰하지 않았겠지만 오래 거래를 해오던 거래처였으므로 저를 믿고 추심을 의뢰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사건을 보내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현지 파트너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채무자를 찾았답니다.
어떻게요?
모릅니다.
어디에 있답니까?
돈이 다 회수될 때까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추심회사들의 불문율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채무자를 찾았다는 것이지 돈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는 채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채무를 부인한다고요? −네, 일부 물건에 하자가 있어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 놈이 그럴 줄 알았어요. 법대로 따지면 우리 책임보다는 자기 책임이 더 큰 건데. 그리고 그것도 전체 금액이 아니고 1만 불에 대한 것일 겁니다. 채무자에게 다시 설명하고 3만 불까지는 합의를 해도 좋다고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채권자는 아쉬워했지만 야반도주한 채무자를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태에서 찾아낸 것만으로도 매우 고마워했습니다.
그리고 3만 불에 합의하여 종결하기로 약속했고, 채무자는 약속한 날에 전액 입금하여 사건이 종결됐습니다.
도저히 채무자를 찾을 길이 없어 회수를 기대할 수 없는 사건이었는데, 현지 파트너가 추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해서 위임하게 됐고, 전혀 기대하지 않은 사건이었지만 아주 빠른 시간에 해결한 사건이었습니다.
끝내 파트너에게 채무자를 어떻게 찾았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파트너도 굳이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짐작컨데 어쩌면 인도만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어떤 직업군은 어느 지역에 밀집해서 거주하는, 그런 문화 때문에 추적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인도니까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많은 사건을 주고받았던 오래 거래한 파트너였기 때문에 비용부담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채무자를 추적하여 성공할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저에게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기억되어 있습니다.